[ literature ]/…… 좋은시

감자꽃 / 권태응

소유와존재 2010. 5. 9. 14:17

 

 

감자꽃

 

자주꽃 핀 건

자주 감자

파보나 마나

자주 감자

 

하얀 꽃 핀 건

하얀 감자

파보나 마나

하얀 감자

 

〈감자꽃〉은 단순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진국이 우러나오는 수작이다.

"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", "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"다. 단순하고 명쾌하다.

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드러냄이라는 진리와 더불어 종(種)의 명령에 순응하는 개체의 숭고함을 개시한다.

자주꽃 핀 데 하얀 감자가 달리지 않고, 하얀 꽃 핀 데 자주색 감자가 달리지 않는다.

무릇 생명 가진 것들은 그 종의 진실을 거스르지 않는다.

우리는 날마다 이 기적과 신비를 체험하며 이 우주 안에서 거대한 생명의 코러스에 참여하는 것이다.

 본디 감자는
페루볼리비아에 걸쳐 있는 안데스 산맥이 그 원산지다.

16세기에 유럽으로 건너온 뒤 18세기 말에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.

사람과 감자는 전략적 호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왔다.

감자는 사람에게 식량을 보태주는 대신에 사람에게서

더 많은 지배 영역을 얻어낸다.

 여름 장마가 올 무렵 감자꽃이 핀다.

땅속에 숨어 사는 한해살이 풀 은자(隱者)는 "파보나 마나"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,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다.

이 당연한 사실 앞에서 시인은 놀라고 경탄한다.

  권태응(1918~1951) 시인은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났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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