+ 엄마
아침엔 라면을 맛있게들 먹었지
엄만 장사를 잘할 줄 모르는 행상이란다
너희들 오늘도 나와 있구나 저물어
가는 산허리에
내일은 꼭 하나님의 은혜로
엄마의 지혜로 먹을 거랑 입을 거랑 가지고 오마.
엄만 죽지 않는
계단
(김종삼·시인, 1921-1984)
+ 엄마가 참 좋다
밖에서
친구와 싸웠다고
매를
치신다
남의 물건
손댔다고
매를 치시며
서럽게 우신다
때리는 엄마가
밉지만
그래도
그래도
나는 엄마가 참 좋다
(우공 이문조·시인)
+ 가난한 엄마의
노래
좋아라
주머니 탈탈 털어
지난여름 푹푹 찌는 더위에
괭이눈처럼 지친 아들네가 안쓰러워
찬바람
나는 기계 하나 달아 주니
올 여름엔
아들 손자, 며느리
원두막 같은 집에 누워
하늘에 별도 보겠네.
(최영희·시인, 목포 신안 출생)
+ 엄마 목소리
보리밭 건너오는 봄바람이 더 환하냐
징검다리
건너오는 시냇물이 더 환하냐
아니다 엄마 목소리 목소리가 더 환하다.
혼자 핀 살구나무 꽃그늘이 더 환하냐
눈 감고도
찾아드는 골목길이 더 환하냐
아니다 엄마 목소리 그 목소리 더 환하다.
(정완영·시조시인, 1919-)
+ 우리
엄마
하나가 생기면
둘을 주어야 마음 편해하시는
얼굴만 마주치면
손 씻어라 발 씻어라
하시는
시집간 누나가
섭섭한 소리 좀 했다고
아빠 끌어안고 엉엉 우시며
자식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하시는
만원만
달라면 지겹게 잔소리하시면서
부잣집 아들소리 듣게 옷 입혀주시고
몸에 좋다는 건 억지로라도 먹여주시는
어쩔 때 보면 철이 덜
드신 것 같은
아직도 아빠에게 자기 자기 하시는
하느님 같으시다 꼬마아기 같으신
너무너무 귀여운
우리
엄마
(원태연·시인, 1971-)
+ 늙은 엄마·1
엄마는 아픈데
나는 밥을
먹습니다
엄마는 아픈데
나는 내 섀끼와 내 남편의
건강만 챙깁니다
엄마는 아픈데
지구의 저 끝 코리아
거기
엄마는 아픈데
내게 그렇게 젖을 먹이고 목숨을 먹인
팔순의 엄마는 지금 아픈데
나는 내 섀끼와 내 남편과
음악회에 가고
때맞춰 용돈 몇 푼 보내 드리면서
조금씩 조금씩 잊었습니다
엄마는 아픈데
조금씩 조금씩 목숨이
지는데
(강미영·시인, 서울 출생)
+ 우리 엄마
나는
우리 엄마 같은 엄마는 안 될
겁니다.
당신은 배고파하면서도
모든 걸 자식에게 양보하는
그런 엄마는 안 될 겁니다.
따뜻한
방구들에서
뼈 마디마디를 다 녹이고 싶어도
어린 자식만 굳이 내려앉히고
당신은 윗목에 앉아 있는
그런 엄마는 안 될
겁니다.
나중에 머리 커서
혼자 힘으로 자란 것처럼
부모 앞에서 당당한 자식을 보고
뒤로 돌아앉아 눈물 섞인
웃음짓는
그런 엄마는 안 될 겁니다.
그 당당한 자식이 늦은 밤에
엄마 때문에 홀로 눈물로 베갯잇을 젖게 하는
그런
엄마는 안 될 겁니다.
나와 엄마는 얼굴을 보기 전부터
이미 서로 사랑을 했었습니다.
그러나,
나는 우리 엄마같이
모든 걸 쏟아붓는
그런 엄마는 안 될 겁니다.
(안은주·시인, 1960-)
+ 엄마와 고향
엄마는
고향 같은 것
고향은
엄마 같은 것.
엄마가 있어
고향 같은 엄마가
있어
삶이 힘겨운 날에도
희망의 뿌리를 놓지 않는다.
고향이 있어
엄마 같은 고향이 있어
삶이
쓸쓸한 때에도
마음의 큰 위안을 얻는다.
(정연복·시인, 1957-)
* 엮은이: 정연복 /
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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